"Sauvignon Blanc - The Pass": 인생은 쓰지만 이건 시원하다

2025. 2. 3. 01:05

 

어느 날, 퇴근하고 집에 와서 ‘오늘도 잘 버텼다’는 이유 하나로 와인병을 땄다. 이름하여 "Sauvignon Blanc – The Pass".
처음엔 "패스"라길래 그냥 건너뛰라는 줄 알았다.
내 인생처럼.

하지만 이 녀석, 이름값은 하지 않는다.
너무 괜찮아서 건너뛰지 못함.

첫 모금: “음? 나 지금 뉴질랜드야?”

한 모금 마시자마자 입안에 퍼지는 건...
풀냄새, 감귤, 그리고 상큼함의 끝판왕.
마치 뉴질랜드의 초원에서 양치기 알바하다가, 중간에 갑자기 고급 호텔로 순간이동된 느낌.
이게 현실이면 좋겠지만, 현실은 반찬 없는 저녁밥상 앞이다.
그래도 이 와인, 기분만큼은 업그레이드 시켜준다.

둘째 잔: “시트러스 폭격기 투하 완료”

酸이 강한데 기분 나쁘지 않아. 상큼함이 어지간한 탄산음료보다 강하다.
레몬이랑 자몽 사이 어딘가에서 당신의 입맛을 때리는데… 이게 또 묘하게 끌려.
치즈랑 안주 없어도 마실 수 있어. 왜냐면… 쓸쓸한 나와 딱 어울리니까.

셋째 잔: “이제 좀 취한 듯”

마시다 보면 약간의 허세가 생긴다.
“이 정도 드라이한 와인은 말이야… 뉴질랜드 말보로(Marlborough) 지역 특유의…”
나도 방금 알았음.

근데 솔직히 말하면, 2만원도 안 되는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는 꽤 괜찮다.
와인이 아니라 가성비에 취하는 중.


총평

"The Pass"는 그냥 건너뛸 와인이 아니다.
씁쓸한 인생을 시트러스향으로 덮어주는 기특한 녀석.
단, 너무 많이 마시면 진짜 패스하게 된다. (침대까지)

추천 대상:

  • 인생이 뜻대로 안 풀리는 사람
  • 집에 혼자 있고 싶은 날
  • 상큼함에 미친 사람

오늘도 Cheers. 그리고 내일도, 버텨보자

'MY UNIVERSITY > FOOD' 카테고리의 다른 글

[거인통닭] 부산의 3대 통닭중인 거인 통닭  (3) 2013.12.31

BELATED ARTICLES

more